꿈에 그리던 건물, 그리고 찾아온 위기
김지수 씨는 평생 모은 은퇴 자금과 대출을 쏟아부어 경기도 근교에 작은 카페 건물을 지었습니다. 시공을 맡았던 (주)대림건설은 다행히 약속된 기한 내에 건물을 완공했고, 지수 씨는 지자체로부터 사용검사까지 무사히 마친 뒤 부푼 마음으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입주 후 첫 장마가 시작되자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고, 외벽 곳곳에 균열이 발견된 것입니다. 지수 씨가 급히 건설사에 연락을 취했으나 돌아온 소식은 절망적이었습니다. (주)대림건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지수 씨는 건설사의 파산관재인을 찾아가 따졌습니다. "건물을 이 모양으로 지어놓고 파산하면 다입니까? 당장 수리비를 내놓으세요!" 지수 씨는 이 수리비가 파산 절차와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비용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법적 쟁점: 하자보수비는 '우선순위' 채권인가?
이 사건의 핵심은 지수 씨가 가진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이 파산법상 어떤 성격을 갖느냐는 점입니다. 만약 이것이 '재단채권'에 해당한다면 파산 절차와 무관하게 파산관재인으로부터 수시로, 그리고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파산채권'에 불과하다면 다른 채권자들과 함께 순번을 기다려 아주 적은 금액만 배당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법이 말하는 쌍무계약과 파산
대한민국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파산 선고 당시 양측의 의무가 모두 완료되지 않은 '쌍무계약'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35조(쌍무계약의 이행) 파산선고 당시 채무자(시공사) 및 상대방(도급인)이 모두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는 파산관재인은 계약을 해제하거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제473조 제7호 위 규정에 따라 파산관재인이 채무 이행을 선택한 경우, 상대방이 가지는 청구권은 '재단채권'으로 한다.
즉, 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시공사가 파산했고 파산관재인이 공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권리는 재단채권으로서 보호받습니다.
한국 법원의 엄격한 판단 기준
하지만 지수 씨의 사례처럼 '공사가 이미 완료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국 대법원은 건축공사 도급계약에서 건물이 완공되어 인도되었다면, 설령 하자가 있더라도 시공사는 계약상의 주된 의무를 다한 것으로 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고수합니다.
- 건물이 완공되었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으므로, 이를 '쌍방 미이행 상태'로 볼 수 없다.
- 따라서 파산관재인에게 계약 이행 여부를 선택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 결과적으로 완공 후 발생한 하자보수비 청구권은 재단채권이 될 수 없다.
지수 씨의 사건에 법을 적용해보면
지수 씨의 경우, (주)대림건설은 파산 선고 전에 이미 건물을 완공하고 사용검사까지 마쳤습니다. 이는 법적으로 시공사가 도급계약상의 의무를 '전부 이행'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하자가 있다는 사실이 이 '이행 완료'라는 상태를 뒤집지는 못합니다.
결국 지수 씨의 하자보수비 청구권은 재단채권이 아닌 일반 파산채권이 됩니다. 지수 씨는 파산관재인에게 직접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없으며, 법원에 파산채권 신고를 하고 추후 파산재단에서 배당이 이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결론: 지수 씨가 마주할 현실과 대응책
안타깝게도 김지수 씨는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직접 수리비를 받아낼 수 없습니다. 시공사의 남은 자산이 적다면 수리비의 극히 일부만을 건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지수 씨는 이제라도 파산 법원에 채권 신고를 서둘러야 합니다.
비슷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건축주들이 기억해야 할 실무 지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하자보수보증금 증권 확인: 계약 시 반드시 하자보수보증금율을 설정하고, 시공사가 보증보험회사를 통해 발행한 하자보수보증서를 수령해두어야 합니다. 시공사가 파산하더라도 보증보험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잔금 지급 시기 조절: 사용승인 직후 모든 잔금을 치르기보다, 일정 기간 하자를 점검한 뒤 최종 잔금을 지급하는 계약 조건을 고려하십시오.
- 파산 조짐 시 신속 대응: 만약 공사 중 시공사의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다면, 즉시 전문가와 상담하여 계약 해지나 기성고 확정 등의 조치를 취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