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프랑스 마케팅 회사, 그리고 김민수 씨의 고민
서울 강남의 한 세련된 공유 오피스. 이곳에 위치한 외국계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근무하는 김민수 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프랑스인 CEO 장 피에르가 운영하는 이 회사는 직원 10명이 근무하는 작지만 알찬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근무 조건이었습니다. 장 피에르 대표는 평소 "우리 회사는 프랑스 본사의 시스템을 따르기 때문에 한국의 근로기준법을 일일이 지킬 필요가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습니다.
민수 씨는 지난 몇 달간 매주 15시간 이상의 연장 근로를 했지만, 단 한 푼의 수당도 받지 못했습니다. 장 피에르 대표는 "유럽식 유연 근무"라며 얼버무렸고, 연차 휴가를 쓰려 할 때도 "우리 계약서에는 한국식 연차 규정이 없다"며 거절하기 일쑤였습니다. 민수 씨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한국 땅에서 일하고 한국 사람을 고용했는데, 사장님이 외국인이라고 해서 한국 법이 정말 적용되지 않는 걸까?'
외국인 회사에도 한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될까요?
이 사례에서 핵심이 되는 법적 질문은 "사업주의 국적이나 자본의 출처가 외국인 경우에도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은 '속지주의(Territorial Principle)' 원칙을 따릅니다. 즉,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노동 관계에는 한국 법이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 범위)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법에서 규정하는 '모든 사업'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운영하는 사업체, 외국 법인이 국내에 세운 지점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속지주의 원칙: 외국인 회사가 우리나라에서 한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여 사용자의 지위를 가진다면, 그 형태가 개인 사업자이든 법인이든 상관없이 한국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 상시 근로자 수: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라면 법의 주요 조항(연차, 해고 제한, 연장근로수당 등)이 전면 적용됩니다.
- 적용 예외: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이나 가사 사용인(가정부 등)에게는 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국 법원이 바라보는 외국계 기업의 책임
한국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외국계 기업이나 외국인 고용주에 대해 매우 일관된 입장을 보입니다. 법원은 사업의 주체가 누구인지보다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내에서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중시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수를 계산할 때도 상시 고용된 사람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일용직 근로자까지 포함하여 엄격하게 계산합니다. 또한, 설령 근로계약서에 외국 법을 따르기로 하는 조항(준거법 조항)이 있더라도, 한국 내에서의 근로는 한국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정)을 위반할 수 없다고 봅니다.
김민수 씨가 되찾을 수 있는 권리
다시 김민수 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비록 프랑스인 사장이 운영하지만, 엄연히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국내 사업장'입니다. 또한 직원이 10명이므로 근로기준법의 전면적인 적용을 받습니다.
따라서 장 피에르 대표의 주장과 달리, 민수 씨는 다음과 같은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 연장근로수당: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 50% 가산된 수당 청구 가능
- 연차 유급휴가: 1년간 80% 이상 출근 시 발생하는 15일의 연차 휴가 보장
- 부당해고 금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의 보호
결국 민수 씨는 고용노동부 지방노동관서에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대한 진정을 제기할 수 있으며, 사장이 끝까지 거부할 경우 형사 처벌이나 민사 소송을 통한 구제도 가능합니다.
결론: 국경은 있어도 노동권 보호에는 국경이 없다
김민수 씨는 결국 동료들과 함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장님에게 법적 검토 의견서를 전달했습니다. 처음에는 강경했던 장 피에르 대표도 한국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나서야 한국 법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민수 씨는 그동안 밀린 수당을 지급받기로 합의하며 사건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외국계 기업이나 외국인 사장님 밑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다음의 팁을 기억하세요.
- 사업장의 위치가 우선입니다: 사장님의 국적이나 회사의 본사가 어디든, 당신이 한국 땅에서 일하고 있다면 한국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증거를 확보하세요: 외국계 기업은 종종 국내 법규에 어두울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서, 업무 지시 이메일, 출퇴근 기록 등을 철저히 보관하세요.
-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문화적 차이나 언어 장벽으로 소통이 어렵다면 고용노동부나 노무사,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실제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세한 상담은 반드시 법률 전문가를 통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