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뒤에 숨겨진 고단한 일상
김민수 변호사와 이지원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설레는 마음으로 '법무법인 미래'에 입사했습니다. 두 사람은 밤낮없이 사건을 처리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입사 2년 차에 대표 변호사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 로펌의 주역이니, 형식상 '구성원 변호사'로 등기를 합시다. 대외적인 위상도 높아질 거예요."
두 사람은 자부심을 느끼며 서류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름 뒤에 '파트너'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을 뿐, 그들의 삶은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여전히 대표 변호사가 배당해 주는 사건만 처리했고, 매달 정해진 날짜에 같은 금액의 월급을 받았습니다. 로펌의 이익이 많이 나도 추가 배당은 없었고, 적자가 나도 손실을 분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결심했고, 당연히 지급될 줄 알았던 퇴직금을 요구했습니다.
로펌 측의 답변은 차가웠습니다. "당신들은 등기부에 이름을 올린 경영진, 즉 '구성원 변호사'였으므로 근로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퇴직금을 줄 수 없습니다." 과연 두 사람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법적 쟁점: 파트너 변호사도 근로자일까?
이 사건의 핵심은 등기상 파트너로 기재된 변호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명칭은 경영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고용주의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을 제공했다면, 근로자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지 가려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한국 법이 정의하는 '근로자'란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직종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실질적인 고용 관계를 중시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법원이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 비품, 원자재, 작업 도구 등을 누가 소유하는지
- 보수가 근로의 대가로서의 성격을 갖는지
- 손익의 발생 등 개인적인 경제적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지
한국 법원의 엄격한 잣대: 형식을 넘어선 실질
한국 대법원은 변호사가 로펌의 구성원으로 등기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형식에 불과하다면 근로자로 인정하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원은 특히 '지분 관계'와 '업무 독립성'을 눈여겨봅니다.
단순히 명의만 파트너로 올렸을 뿐, 지분을 직접 사고팔거나 로펌의 이익과 손실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았다면 사용자보다는 근로자에 가깝다고 봅니다. 또한 스스로 의뢰인을 유치하기보다 로펌에서 배분하는 업무를 수동적으로 수행했다면 종속적 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민수와 지원의 사례에 비추어 본 분석
김민수 변호사와 이지원 변호사의 사례를 법리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분과 이익 배당의 부재: 두 사람은 파트너 등기 과정에서 지분을 양수하지 않았고, 퇴직 시에도 양도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익 배당을 받거나 손실을 부담한 적이 없으므로 경영자의 특징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 근무 형태의 불변성: 구성원 등기 전후로 업무 내용이나 처리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이는 명칭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인 근로 계약 관계가 유지되었음을 의미합니다.
- 종속적 업무 수행: 자신의 이름으로 사건을 수임한 사례가 거의 없으며, 대표 변호사가 배당한 사건만을 처리했습니다. 이는 고용주의 지휘 체계 아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 고정급의 성격: 수임 실적과 관계없이 매달 일정액을 받은 것은 경영에 참여한 대가가 아니라 노동의 대가인 '임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 두 변호사의 승리, 그리고 우리를 위한 조언
결국 대법원의 원칙에 따라 김민수 변호사와 이지원 변호사는 실질적인 근로자로 인정받았습니다. 법무법인 미래는 두 사람에게 그간의 재직 기간을 합산하여 정당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명칭이 '파트너'나 '이사'라 할지라도, 그 실질이 종속적 근로였다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위해 두 가지 조언을 드립니다.
- 첫째, 명칭보다 실질에 집중하세요. 직함이 무엇이든 본인이 업무 지휘를 받으며 고정급을 받고 있다면 근로자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근로 계약서뿐만 아니라 업무 지시 내용, 급여 명세서 등을 꼼꼼히 챙겨두십시오.
- 둘째, 변경된 지위의 계약 조건을 확인하세요. 만약 회사에서 등기 임원이나 파트너 승진을 제안한다면, 실제로 경영권을 행사하는지, 지분을 소유하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과 권한이 무엇인지 서면으로 명확히 확인해야 나중에 불이익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