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골칫덩이, 마당 끝의 ‘무허가 주택’
은퇴 자금을 모아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박준호 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돈을 빌려 간 최민석 씨가 사업 실패로 잠적하면서, 준호 씨는 담보로 잡아두었던 민석 씨 소유의 경기도 외곽 토지와 단독주택에 대해 경매를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방문한 준호 씨는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분명 담보 설정 당시에는 없었던(혹은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낡은 벽돌집 한 동이 마당 한편에 덩그러니 서 있었던 것입니다. 확인해 보니 이 건물은 등기부등본에도 기재되지 않은 무허가 건물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곳에 별도의 세입자가 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무허가 주택은 본채와 거의 비슷한 크기에 주방과 화장실까지 완벽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준호 씨는 분통이 터졌습니다. “내 돈을 갚으려면 이 땅 위에 있는 건 몽땅 경매로 넘겨서 낙찰금을 받아야 하는데, 저 무허가 건물은 등기도 없으니 어떻게 처리해야 하죠? 이것도 같이 경매에 넘길 수 있는 건가요?”
법적 쟁점: 등기 없는 건물의 경매 포함 여부
이번 사건의 핵심은 등기부에 등재되지 않은 '제시외 건물'(무허가 건물 등)이 기존 토지 및 건물의 경매 절차에 일괄적으로 포함될 수 있느냐입니다. 즉, 이 건물을 본채에 딸린 부속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으로 볼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대한민국 민법과 대법원이 말하는 ‘저당권의 효력’
우리 민법은 저당권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358조(저당권의 효력의 범위)저당권의 효력은 저당부동산에 부합(附合)된 물건과 종물(從物)에 미친다. 그러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 또는 설정행위에 다른 약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부합물'과 '종물'입니다.
- 부합물: 떼어내면 가치가 크게 훼손되거나 본래 건물과 합쳐져 하나가 된 물건 (예: 증축된 방)
- 종물: 주된 물건의 경제적 효용을 돕기 위해 부속된 독립된 물건 (예: 시골 주택의 창고나 공동변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등기되지 않은 건물을 경매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합니다.
- 경매 신청인이 채무자를 대신해 대위보존등기를 하여 정식으로 경매 절차에 넣는 경우
- 해당 건물이 기존 경매 대상 부동산의 종물이거나 부합물임이 명백한 경우
한국 법원의 엄격한 잣대: 독립성의 유무
법원은 단순히 '등기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경매 포함 여부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건물이 '독립된 경제적 효용'을 가졌는지를 면밀히 따집니다.
과거 판례를 보면, 본채와 떨어져 있는 연탄창고나 공동변소 등은 본채의 편의를 위한 '종물'로 보아 경매 대상에 포함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주방이나 화장실이 독립적으로 기능하기 어려운 작은 부속 건물들도 저당권의 효력이 미치는 '일부'로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박준호 씨의 사례처럼, 무허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본채와 비슷한 크기에 독립된 주방과 화장실을 갖추고 세입자까지 살고 있다면, 법원은 이를 독립된 하나의 건물로 봅니다. 이 경우 저당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벗어나게 됩니다.
박준호 씨의 사례에 법 적용하기
준호 씨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조적 독립성: 민석 씨가 지은 무허가 건물은 주방과 화장실 등 부대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본채 없이도 독자적인 주거 생활이 가능합니다.
- 이용상 독립성: 현재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은 이 건물이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닌 '별개의 부동산'임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 결론: 이 건물은 본채에 부합된 물건도, 단순히 본채의 효용을 돕는 종물도 아닙니다. 따라서 준호 씨가 기존에 설정한 저당권의 효력은 이 무허가 건물에 미치지 않습니다.
결국, 준호 씨가 토지와 본채에 대해서만 경매를 진행할 경우, 이 무허가 건물은 경매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론: 준호 씨의 선택과 실질적인 조언
안타깝게도 박준호 씨는 해당 무허가 건물을 토지 경매에 한꺼번에 묶어 팔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경매가 진행되어 토지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이 무허가 건물은 여전히 민석 씨 소유로 남게 되며(법정지상권 성립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는 경매 낙찰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어 준호 씨의 채권 회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위한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출 전 현장 실사 필수: 담보권을 설정하기 전, 등기부상 건물 외에 '제시외 건물'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있다면 그 건물까지 공동담보로 넣거나 철거 확약을 받아야 합니다.
- 대위보존등기 검토: 무허가 건물이라 하더라도 건축법상 요건을 갖추었다면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해 등기를 신청(대위보존등기)한 후 경매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이 절차가 가능한지 확인하십시오.
- 법정지상권 분쟁 대비: 토지만 경매될 경우 건물 소유주와의 복잡한 법적 다툼이 예상되므로, 경매 신청 전 점유 관계와 건물 성격을 명확히 분석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