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돌아온 뉴스 신뢰도, 무엇이 변했나
뉴질랜드 국민들의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2020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최근 발표된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뉴스 신뢰도'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인 뉴스에 대해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7%로, 지난해 32%에서 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개인이 실제로 소비하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입니다. 이 수치는 50%에 달하며, 이는 2025년의 45%보다 5%포인트 높아진 결과입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지속되었던 뉴스 불신 시대에 나타난 매우 이례적이고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됩니다.
역설적인 구원투수: AI와 가짜 뉴스의 범람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뢰도 반등의 핵심 원인으로 디스인포메이션(Disinformation, 의도적으로 조작된 허위 정보)과 딥페이크(Deepfake, AI를 이용해 만든 정교한 가짜 영상/음성), 그리고 AI 슬롭(AI Slop, AI가 무분별하게 생성한 저품질의 쓰레기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진 점을 꼽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상업적·정치적 이익을 위해 유포되는 저질 정보들이 너무 많아지자, 사람들은 오히려 '검증된 사실'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마치 가짜 다이아몬드가 시장에 넘쳐나자 사람들이 진짜 다이아몬드의 감정서를 더 꼼꼼히 확인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결국 전통적인 뉴스 네트워크와 기자들이 신뢰를 되찾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앞으로는 무엇이 AI가 만든 헛소리인지 구분할 방법이 아예 없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30대 후반~40대 초반 남성 응답자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신뢰하지 않는 뉴스를 확인하기 위해 어디를 이용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자신이 신뢰하는 다른 뉴스 소스'를 확인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챗봇을 이용해 정보를 확인한다는 응답은 8%에 불과해, AI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 기자의 검증 능력을 더 신뢰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사회적 갈등의 완화와 정치적 양극화의 변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뉴질랜드 사회를 휩쓸었던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불신이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잦아들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에는 뉴스 매체가 정부의 매수 대상이라거나, 기후 변화가 거대한 조작이라는 음모론적 시각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극단적인 양극화 양상이 다소 완화되는 추세입니다.
물론 여전히 언론에 대한 불신은 존재합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음과 같은 상반된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 우파 성향 응답자: "주류 언론은 편향되어 있고, '워키즘(Wokeism,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에 빠져 왼쪽으로 치우쳐 있어 믿을 수 없다."
- 좌파 성향 응답자: "대부분의 언론사는 부유층이 소유하고 있으며, 보도 내용에 우파적인 색채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거 팬데믹 시절 논란이 되었던 '공익 저널리즘 기금(정부가 언론사에 지원금을 주어 우호적인 보도를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은 기금)'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게 줄어든 점은 긍정적인 변화로 읽힙니다.
편집권 독립: "돈과 권력의 개입은 거부한다"
뉴질랜드인들은 뉴스룸 내의 상업적·정치적 외압에 대해 매우 단호한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언론사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편집 결정에 개입할 경우 어떻게 반응하겠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 43%: 해당 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다.
- 27%: 유료 구독을 취소하는 것을 고려하겠다.
결과적으로 응답자의 70%가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외부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는 독자들이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저널리즘의 윤리적 기준과 독립성을 신뢰의 핵심 척도로 삼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문 저널리즘의 가치: 왜 다시 '기자'인가
정보 습득 경로를 묻는 질문에 61%가 여전히 전통적인 뉴스 매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전문적인 취재, 책임감 있는 보도, 엄격한 검증 프로세스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이 가진 힘을 증명합니다.
뉴스를 신뢰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점을 꼽았습니다.
- 다수의 매체에서 교차 검증된 이야기
- 평판이 좋은 출처를 기반으로 한 팩트체크
- 보도 과정의 투명성과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는 태도
"나는 전문 저널리즘의 정직함을 믿습니다. 사실 관계가 명확하고, 그것이 진실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에 뉴스를 신뢰합니다."— 응답자 인터뷰 중
향후 전망: 일시적 반등인가, 추세의 전환인가
이번 결과가 고무적이긴 하지만, 냉정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2020년 53%에 달했던 신뢰도는 여전히 당시 수준보다 훨씬 낮으며, 장기적인 하락 곡선 자체는 여전히 가파릅니다. 즉, 이번 상승이 완전한 회복이라기보다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단계'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투명성을 높이고 검증 과정을 강화하며 대응해 온 점, 그리고 정부가 공영 방송의 신뢰 회복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점은 긍정적인 변수입니다. 소셜 미디어의 정보 과부하 속에서 대중이 '진짜 뉴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다는 점은,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결국 기본으로의 회귀(Back to Basics)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