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발매된 '듣도 보도 못한' 음악
유명 재즈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제이슨 모란(Jason Moran)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동료로부터 자신의 새 앨범이 스포티파이(Spotify,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소 스포티파이를 이용하지 않는 모란이 확인한 결과, 그 앨범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인디 팝 음악이었습니다.
해당 앨범은 모란의 이름과 프로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AI가 생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AI 슬롭(AI Slop, 가치가 낮고 스팸처럼 생성된 AI 콘텐츠)'이었습니다. 앨범 표지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그림으로, 모란의 음악적 세계관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쏟아지는 가짜 음악, 뮤지션들을 위협하다
이러한 현상은 제이슨 모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래퍼 드레이크(Drake)부터 전설적인 재즈 아티스트들까지 수많은 음악가가 AI 사칭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이건 마치 드라마 '블랙 미러'의 한 장면 같습니다. 내가 있지도 않은 곳에서 누군가 내 버전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최근 한 사기범은 AI로 수천 곡의 노래를 만들어 스트리밍 플랫폼에 올린 뒤, 봇(Bot,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재생 수를 조작하여 약 130억 원(1,000만 달러)의 수익을 챙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스트리밍의 약 5~10%가 이러한 사기성 재생이며, 이로 인해 매년 약 1.3조~2.6조 원의 돈이 실제 아티스트가 아닌 사기꾼들에게 흘러가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플랫폼의 대응과 한계
스포티파이는 지난 1년간 약 7,500만 개의 스팸 트랙을 삭제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아티스트가 자신의 이름으로 음원이 공개되기 전에 미리 검토하고 승인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 무단 콘텐츠 탐지: AI 시스템을 통해 가짜 음원을 가려냅니다.
- 사후 신고 제도: 아티스트가 직접 가짜 음원을 신고하면 삭제 처리합니다.
- 권리자 보호: 고인이 된 아티스트의 유족이나 권리 대행사가 계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하지만 제이슨 모란은 이러한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이미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의 경우, 누군가 AI로 '미공개 곡'이라며 가짜 음원을 올려도 이를 즉각적으로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감시'는 아티스트의 몫?
법률 전문가들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저작권이나 사칭 문제를 일일이 판단하여 사전에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합니다. 사법 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이 법 집행을 전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신의 이름이 도용되고 있는지 매일 확인하고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고스란히 뮤지션들의 짐이 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창작자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