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번의 운행, 두 장의 벌금 통지서
김민재가 운전하는 화물차는 새벽마다 공사 현장으로 자재를 실어 날랐습니다. 어느 날, 화물을 덮개로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채 도로를 달리다 적발됐습니다. 민재는 벌금을 받았고, 차량을 소유한 운송회사 한빛물류에도 같은 위반을 이유로 벌금 통지서가 도착했습니다.
회사 대표 박서연은 당황했습니다. 회사는 운전자들에게 적재물 덮개 사용법을 교육했고, 안전수칙도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종업원이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회사까지 처벌받는다면, 회사가 예방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누가 운전했는지가 아니라, 법인이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어떤 조건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가입니다.
2. 법적 쟁점
직원이 업무 중 화물 덮개 의무를 위반했을 때, 회사가 주의와 감독을 다했는지 따지지 않고 직원의 위반만으로 회사에도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가? 그리고 과거에 그런 규정에 따라 확정판결을 받은 법인은 어떤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을까요?
3. 한국 법은 어떻게 정하고 있나
책임 없는 처벌은 허용되지 않는다
형사처벌은 원칙적으로 처벌받는 사람 자신의 책임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법인도 형벌을 받을 수 있지만, 직원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만으로 회사의 책임을 자동으로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가 어떤 의사결정을 했는지, 위반을 막기 위한 관리 체계를 마련했는지 등을 살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범죄를 이유로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상 책임주의의 핵심입니다. 처벌에는 처벌받는 주체의 책임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구 도로교통법 제116조는 법인의 대리인·사용인·종업원이 법인의 업무와 관련해 특정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그 직원뿐 아니라 법인에도 벌금 또는 과료를 부과하도록 정했습니다. 이 규정은 법인이 예방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는지 여부를 별도로 묻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처럼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을 따지지 않은 채 직원의 업무상 범죄만으로 법인을 처벌하도록 한 구 도로교통법 조항이 책임주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16년 10월 27일 결정, 2016헌가10).
직원이 업무 중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의 주의·감독 여부를 따지지 않고 처벌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한 무책임한 형벌이 될 수 있습니다.
현행 양벌규정은 면책 가능성을 둔다
현행 도로교통법의 양벌규정은 법인이나 개인의 종업원이 업무와 관련해 법을 위반한 경우, 법인이나 사업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면서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위반을 막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처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직원이 위반했으니 회사도 무조건 처벌”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회사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예방 조치를 했는지, 그 조치가 형식에 그치지 않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교육을 한 번 실시했다는 사실만으로 면책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확정판결은 재심 대상이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형벌에 관한 법률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 그 조항은 원칙적으로 소급해 효력을 잃습니다. 헌법재판소법은 위헌으로 결정된 형벌 조항에 근거해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 먼저 판결이 실제로 위헌 결정이 난 조항에 근거했는지 확인합니다.
- 유죄판결의 확정 여부와 판결문에 적힌 적용 법조를 살펴봅니다.
-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재심 청구가 가능한지 검토하고, 판결문과 벌금 납부 자료 등 관련 서류를 준비합니다.
재심 가능성은 사건의 적용 법률과 판결 시점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과거에 벌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결과를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4. 한국 법원은 무엇을 살피나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법인의 형사책임을 인정할 때, 직원의 행위와 법인의 책임을 구분하는 원칙을 중시합니다. 법인의 종업원이 업무 중 법을 위반했다는 사정은 회사 책임을 검토하는 출발점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회사의 책임을 확정하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법률이 회사의 관리·감독상 잘못을 전혀 따지지 않고 종업원의 위반 사실만으로 회사에 형벌을 부과한다면, 책임주의에 어긋나는지 문제가 됩니다. 반면 법률이 회사에 상당한 주의·감독을 다한 경우의 면책을 두고 있다면, 법원은 회사의 예방 조치가 실제적이고 충분했는지를 따져 판단하게 됩니다.
법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서류상 교육의 존재만이 아닙니다. 업무의 위험을 파악하고, 위반을 막을 절차를 만들고, 그 절차가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감독했는지가 중요합니다.
5. 한빛물류 사건에 법을 적용하면
첫째, 민재의 위반과 회사의 책임은 따로 판단해야 한다
화물 덮개를 씌우지 않은 채 운행한 민재의 행위는 개인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 한빛물류의 책임까지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 벌금을 부과하려면 당시 적용된 법률이 무엇인지, 그 법률이 회사의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정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구 도로교통법 제116조에 따라 처벌받았다면 위헌 결정이 핵심이 된다
서연의 회사가 과거 구 도로교통법 제116조에 따라 벌금을 받았고, 그 판결이 직원의 업무상 위반만으로 회사에 형벌을 부과한 것이라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중요한 구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조항은 회사가 위반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회사는 판결문을 확인해 실제 적용 조항이 위헌 결정의 대상과 일치하는지 살펴보고, 확정판결이라면 재심 청구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절차와 요건은 사건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현재의 사건이라면 예방 노력의 내용이 중요하다
오늘날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회사는 “교육을 했다”는 말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운전자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졌는지, 적재와 덮개 설치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는지, 점검 결과와 위반 시 조치가 기록돼 있는지 등이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한빛물류가 교육자료와 참석기록만 보관하고 현장 점검이나 운행 전 확인 절차를 전혀 두지 않았다면, 감독 의무를 다했다고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업무 위험에 맞는 교육과 점검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실제로 운영한 사실을 자료로 입증한다면 현행 양벌규정상 면책을 주장할 근거가 강해집니다.
6. 결론: 벌금은 자동이 아니며, 기록이 방패가 된다
한빛물류가 받은 벌금이 구 도로교통법 제116조에 따라 확정된 것이라면, 회사는 그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에 기초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직원의 위반 사실만으로 회사의 책임을 묻고, 회사가 예방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전혀 살피지 않는 처벌은 헌법상 책임주의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 적용되는 양벌규정 아래에서는 회사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문제 됩니다. 교육을 했다는 주장만으로 면책이 보장되는 것도, 직원이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가 반드시 처벌되는 것도 아닙니다. 한빛물류의 서연은 과거 판결의 적용 조항을 확인해 재심 가능성을 알아보고, 앞으로는 교육과 점검이 실제로 이뤄졌다는 기록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면 다음을 기억하십시오.
- 판결문에서 적용 법조와 확정 여부를 확인하세요. 과거의 위헌 결정 대상 조항에 근거한 유죄판결인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 교육·점검·시정 조치의 자료를 보관하세요. 교육 참석기록뿐 아니라 적재 확인표, 현장 점검 기록, 위반 후 개선 내역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사건 당시 적용 법률과 재심 요건을 전문가와 확인하세요. 법률의 개정 시점과 판결의 내용에 따라 가능한 구제 절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