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정규직 전환, 그런데 월급이 줄어든다니요?
중견 제조기업에서 2년 동안 기간제 근로자로 성실히 근무해 온 박지민 씨는 얼마 전 일생일대의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법적 고용간주 규정에 따라 드디어 '정식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지민 씨는 회사와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아 만족스러운 수준의 연봉을 확정 지었습니다. 이제는 고용 불안 없이 회사에 뼈를 묻으리라 다짐하며 새 출발을 기약했죠.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지민 씨가 정규직이 된 지 몇 달 후, 회사와 노동조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 협약에 '기간제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임금 체계'에 관한 별도의 조항이 신설되면서 발생했습니다.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지민 씨의 임금은 현재 계약된 금액보다 매달 약 50만 원이나 깎이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회사는 "단체협약은 개별 계약보다 우선한다"며 다음 달부터 삭감된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지민 씨는 억울했습니다. 정규직이 되어 정식으로 계약서까지 썼는데, 나중에 만들어진 단체협약 때문에 내 월급이 깎이는 것이 정말 법적으로 정당한 일일까요?
단체협약이 이미 체결된 근로계약보다 우선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의 핵심은 이미 유효하게 체결된 개별 근로계약의 조건이, 나중에 체결된 단체협약에 의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에 미달하는 근로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단체협약보다 '더 유리한' 개별 계약이 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오랜 논쟁이 있어 왔습니다.
한국 법이 보호하는 '유리성의 원칙'
대한민국 노동법의 대원칙 중 하나는 근로자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이 우선한다는 '유리성의 원칙'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원칙"단체협약이 개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근로자 개인이 이미 취득한 기득권이나 개별 근로계약에서 정한 유리한 조건을 근로자의 동의 없이 소급하여 박탈할 수 없다."
이 원칙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법리적 해석이 가능합니다.
- 소급 적용의 금지: 단체협약은 원칙적으로 체결된 시점부터 효력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협약 체결 전에 이미 정규직이 되어 계약을 마친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소급해서 적용할 수 없습니다.
- 개별 계약의 우선: 단체협약보다 근로계약이 근로자에게 더 유리하다면, 근로계약의 효력이 유지됩니다. 이를 '유리성의 원칙'이라 부릅니다.
법원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우리 법원은 협약자치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근로자의 개별적 권리를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고 엄격히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박지민 씨처럼 이미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임금 수준이 확정된 경우, 노사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발생한 권리를 깎아내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만약 단체협약이 지민 씨에게 유리한 내용(예: 성과급 지급)을 담고 있다면 적용받을 수 있겠지만, 불리한 내용(임금 삭감)이라면 지민 씨의 개별적인 동의가 없는 한 기존 계약이 우선합니다.
지민 씨의 사례에 법을 적용해본다면
박지민 씨의 경우, 단체협약이 체결되기 전에 이미 정규직으로서 근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첫째, 지민 씨는 회사와 작성한 당초의 근로계약서에 따른 임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회사가 단체협약을 이유로 임금을 적게 지급한다면 이는 임금 체불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둘째, 노조와 회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의 내용이 지민 씨의 기존 근로조건을 소급하여 악화시킬 수 없습니다. 지민 씨가 그 새로운 조건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한, 기존의 유리한 계약 조건은 법적으로 보호받습니다.
결론: 당신의 계약서는 단체협약보다 힘이 셀 수 있습니다
결국 박지민 씨는 회사의 통보와 달리, 원래 계약했던 임금을 전액 청구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단체협약을 핑계로 임금을 삭감하려 한다면, 지민 씨는 법적으로 이를 거부하고 차액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죠.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위해 두 가지 조언을 드립니다.
- 계약 체결 시점을 확인하세요: 본인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계약서를 쓴 날짜와 단체협약이 체결된 날짜를 대조해보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 동의서 서명에 신중하세요: 회사가 단체협약 준수를 명분으로 '임금 변경 동의서'나 '근로조건 변경 합의서' 등을 내밀 경우, 여기에 서명하면 기존의 유리한 계약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상담을 먼저 받으시기 바랍니다.
정당한 권리는 스스로 지킬 때 가장 빛납니다. 단체협약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불합리한 임금 삭감에 당당히 맞서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