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사람의 이야기

토요일 오후, 아파트 앞 공원에 돗자리를 편 김서윤 씨는 따뜻한 햇살을 즐기려 상의를 벗었습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있는 곳이었지만, 서윤 씨는 단지 잠시 햇볕을 쬐려 했을 뿐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거나 자신의 몸을 과시하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잠시 뒤 경찰은 서윤 씨에게 과다노출을 이유로 범칙금 통고처분을 했습니다. 서윤 씨는 자신이 법에서 금지하는 과다노출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범칙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사건은 즉결심판에 넘겨졌고, 법원은 서윤 씨에게 벌금 5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서윤 씨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며, 자신에게 적용된 조항 자체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다툴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2. 법적 쟁점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과다노출 금지 조항이 무엇이 처벌 대상인지 충분히 분명하게 정했는가. 둘째, 그 조항이 위헌이라면 이미 그 조항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서윤 씨는 무죄를 받을 수 있는가.

3. 한국 법은 어떻게 정하고 있었나

당시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는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알몸을 지나치게 드러내거나 가려야 할 곳을 드러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법정형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였습니다.

처벌 대상은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행위’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11월 24일, 이 조항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죄형법정주의는 어떤 행동이 범죄이고 어떤 처벌을 받는지 국민이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무엇이 ‘지나치게’ 드러낸 것인지, ‘가려야 할 곳’이 어디인지 문언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므로 처벌의 경계를 정해 주기 어렵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특히 다음과 같은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 ‘지나치게 내놓는다’는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았습니다.
  • ‘가려야 할 곳’이 어떤 신체 부위를 뜻하는지 법에 드러나 있지 않았습니다.
  • 타인의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은 개인의 가치관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 노출을 금지할 신체 부위를 예시하거나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처벌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16년 11월 24일 선고 2016헌가3 결정).

위헌결정의 효과도 중요합니다. 헌법재판소법은 위헌으로 결정된 형벌 조항의 효력이 소급해 상실된다고 정합니다. 그러므로 그 조항만을 근거로 처벌하던 사건은 더 이상 그 조항에 따라 유죄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4. 한국 법원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법률에 다소 넓거나 추상적인 표현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법의 목적과 문맥,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의미를 함께 살펴 처벌 범위를 예측할 수 있는지 판단합니다. 사회생활에서 모든 상황을 법률에 낱낱이 적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합니다.

그러나 형사처벌에서는 국민이 어떤 행동을 하면 처벌받는지 미리 가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경계가 행위자의 의도나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에 지나치게 좌우된다면, 법 집행이 자의적으로 이뤄질 위험이 커집니다.

형벌의 기준은 법 집행자의 그때그때의 판단에 맡겨져서는 안 됩니다. 국민이 법률의 문언과 통상적인 해석을 통해 금지되는 행위의 범위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당시 조항이 무엇을 어느 정도까지 드러내면 처벌되는지 충분히 구체적으로 밝혀 두지 않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5. 서윤 씨 사건에 법을 적용하면

첫째, 서윤 씨에게 적용된 혐의의 근거는 과다노출 금지 조항입니다. 단순히 공원에서 상의를 벗었다는 사실만으로 유죄가 되는지가 아니라, 그 행위가 법에서 정한 과다노출에 해당하고 타인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둘째, 해당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효력을 잃었습니다. 서윤 씨가 정식재판에서 위헌성을 주장하는 것은 가능할 뿐 아니라, 이미 같은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내려진 만큼 그 결정의 효력을 재판에서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위헌결정이 아직 없었다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다툴 수도 있지만, 이 사건에서는 기존 위헌결정이 핵심 근거가 됩니다.

셋째, 위헌결정은 형벌 조항의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킵니다. 따라서 서윤 씨의 행위 당시 조항이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해당 조항을 적용해 재판 중인 사건은 그 행위가 그 조항에 따른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넷째, 무죄의 이유는 법원이 서윤 씨의 행동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평가해서가 아닙니다. 형사처벌은 법률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 근거 조항이 위헌으로 효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법률상 별도의 위법 행위가 문제 되는지는 별개로 살펴야 하지만, 제시된 사실관계에서는 과다노출 조항만이 처벌의 근거입니다.

6. 결론: 서윤 씨에게 어떤 일이 생겼고, 비슷한 상황이라면

정식재판에서 서윤 씨는 2016년 위헌결정을 제시하며 무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제시된 사실처럼 과다노출 조항만을 적용한 사건이라면, 그 조항은 소급해 효력을 잃었으므로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서윤 씨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정식재판을 청구해 아직 사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재판부는 위헌결정의 취지에 따라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비슷한 처지라면 다음을 기억하세요.

  • 적용된 법 조항을 먼저 확인하세요. 통고처분서와 재판 서류에서 혐의의 근거가 된 조항과 사건 진행 단계를 확인합니다.
  • 위헌결정을 재판 자료로 제출하세요.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문과 사건번호를 밝히고, 그 조항에 근거한 처벌은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정식재판에서 설명합니다.
  • 기한과 절차를 놓치지 마세요. 통고처분이나 재판에 대한 불복에는 정해진 절차와 기간이 있으므로, 서류를 받으면 지체하지 말고 법률 전문가나 법률구조기관에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