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사람의 이야기
김민수 씨는 식품 유통업체의 자재창고를 관리했습니다. 어느 날 점검 과정에서 창고 한쪽에 유통기한이 지난 구운소금과 식품 원자재가 발견됐습니다. 민수 씨는 이를 판매할 목적으로 보관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는 식품 안전을 가볍게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어긴 규칙이 어디에 어떤 말로 정해져 있었는지는 선뜻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민수 씨가 문제 삼은 것은 처벌의 근거가 된 법 조항의 구조였습니다. 그 조항은 식품접객업자뿐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자와 종업원에게도, 총리령으로 정하는 위생관리·질서유지 등의 준수사항을 지키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법률 자체에는 어떤 영업자가 대상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준이 거의 드러나 있지 않았습니다. 민수 씨는 국가가 처벌하려면 적어도 금지되는 행동과 적용 대상부터 예측할 수 있게 정해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 법적 쟁점
핵심 쟁점은 하나입니다. 법률이 처벌과 연결될 수 있는 영업자의 범위와 준수사항을 하위법령에 맡기면서도, 그 범위와 내용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헌법상 허용될 수 있는가?
3. 한국 법이 정한 원칙
한국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국회가 법률로 정하도록 합니다.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맡기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법률은 하위법령이 무엇을 정할지 예측할 수 있도록 위임의 범위와 기준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포괄위임금지원칙이라고 합니다.
법률이 하위법령에 세부 사항을 맡기더라도, 국민이 법률만으로 위임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임의 범위와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백지로 맡길 수는 없습니다.
식품 관련 규정은 산업의 변화가 빠르고 영업 형태도 다양해,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하위법령에 맡길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영업 종류별 위생관리 기준은 실제 업무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습니다.
- 법률은 어떤 유형의 영업자가 규율 대상이 될지 예측할 기준을 제시해야 합니다.
- 영업자가 지켜야 할 행동도 법률의 목적이나 체계에 비추어 대강 짐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위생관리’, ‘질서유지’, ‘국민 보건위생 증진’이라는 목적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구체적인 행동 기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식품접객업자를 제외한 어떤 영업자가 하위법령에서 규율 대상이 될지 법률이 기준을 주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준수사항 역시 추상적인 목적만 적혀 있어, 영업자가 어떤 의무를 부담하게 될지 미리 알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위임될 대상과 내용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모두 하위법령에 맡겼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위헌 결정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보관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문제는 식품 안전의 필요성이 아니라, 처벌의 근거가 된 법률이 국민에게 충분히 분명한 기준을 제시했는지 여부입니다.
4. 한국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나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규제가 전문적이고 자주 바뀔 필요가 있는 분야에서는 하위법령에 세부사항을 맡길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필요성만으로 법률의 기준 제시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형사처벌이나 영업상 제재로 이어질 수 있는 규정이라면, 당사자가 어떤 행위를 피해야 하는지 합리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법원이 살피는 것은 단지 법 조항에 ‘위생’이나 ‘공중보건’ 같은 목적이 적혀 있는지가 아닙니다. 법률의 문언과 체계, 관련 규정 전체를 보아 대상자와 의무의 윤곽이 실제로 드러나는지를 따집니다. 이 사건에서는 준수사항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그 내용을 통해 규율 대상 영업자를 짐작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그 불확실성이 단순한 표현상의 흠결을 넘어, 국민이 부담할 의무의 범위를 예측할 수 없게 하는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5. 민수 씨의 경우에 적용하면
민수 씨 사건에 이 원칙을 적용하면 판단은 다음 순서로 진행됩니다.
- 처벌의 직접적인 근거를 확인합니다. 민수 씨가 처벌받은 조항이 문제 된 위임 규정과 실제로 같은 조항인지, 또는 별도의 명확한 법률 조항이 독립적인 처벌 근거였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 위임 규정이 충분한 기준을 두었는지 따집니다. 해당 규정은 식품접객업자 외에 어떤 영업자가 대상이 되는지 정하지 않았고, 준수사항도 하위법령에 맡겼습니다. ‘위생관리’와 ‘질서유지’라는 목적만으로는 민수 씨가 어떤 행위를 금지당하는지 미리 알기 어려웠습니다.
- 위헌 결정이 사건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합니다. 문제 된 조항이 처벌의 핵심 근거라면, 그 조항을 그대로 적용해 유죄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위헌 결정만으로 모든 사건의 결과가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유효한 처벌 조항이 적용되는지, 해당 사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지 이미 확정됐는지 등을 따져야 합니다.
- 확정판결이라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위헌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확정판결이 저절로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결의 근거와 확정 시점 등 법률이 정한 요건을 확인해 재심 등 가능한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민수 씨 사건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 목적으로 보관했다는 사실 자체가 쟁점의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국가가 그 행위를 처벌하려면 적용 대상과 금지되는 의무를 법률에서 예측 가능하게 정했어야 합니다. 처벌 근거가 위헌으로 판단된 바로 그 위임 규정에만 의존했다면, 법원은 그 조항만으로 유죄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반대로 별도의 유효한 법률 조항이 독립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면 그 부분은 따로 심리해야 합니다.
6. 결론: 어떤 결과가 났고, 무엇을 해야 하나
민수 씨의 항소심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 이후 처벌 근거를 다시 살폈습니다. 그 결과, 문제 된 위임 규정만으로는 민수 씨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창고에 둔 식품이 안전했다거나 유통기한을 넘겨도 괜찮다는 판단이 아니었습니다. 처벌은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면 다음을 확인하세요.
- 처벌 문서에 적힌 조항을 정확히 확인하세요. 법률 조항과 시행령·시행규칙상 의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야 합니다.
- 재판이 진행 중인지, 판결이 확정됐는지 구분하세요. 확정 여부에 따라 다툴 수 있는 절차와 기한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식품의 보관·판매 기록과 처분 자료를 보존하세요. 위헌 여부와 별개로 실제 사실관계나 다른 법률 위반이 쟁점이 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함께 적용 조항 및 가능한 구제 절차를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