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이 사는 이야기: "매달 더 주면 좋은 것 아닌가요?"
박준호 씨는 서울 시내의 한 중식당에서 3년 동안 성실하게 주방 보조로 일해왔습니다. 처음 입사할 당시, 식당 주인인 최 사장님은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준호 씨, 우리 가게는 퇴직금을 나중에 한꺼번에 주는 대신 매달 월급에 20만 원씩 얹어서 줄게. 이게 당장 쓸 돈도 많아지고 준호 씨한테도 이득이야." 사회 초년생이었던 박준호 씨는 매달 20만 원을 더 받는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서'에 서명했습니다.
3년의 시간이 흘러 준호 씨는 새로운 꿈을 찾아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퇴사를 준비하며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3년을 일했으면 꽤 큰 액수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 사장님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아니, 준호 씨! 계약서 못 봤어? 지난 36개월 동안 매달 20만 원씩 총 720만 원을 퇴직금으로 미리 줬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또 퇴직금을 달라고?"
2. 핵심적인 법적 질문
고용주와 근로자가 합의하여 퇴직금을 매월 급여에 포함해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퇴직금 분할 약정)한 경우, 이 약정은 법적으로 유효할까요? 그리고 이미 받은 돈은 퇴직금으로 간주될 수 있을까요?
3. 대한민국 법의 원칙
대한민국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과 근로기준법은 퇴직금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법령의 대전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퇴직금 청구권은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퇴직'이라는 사실이 발생했을 때 비로소 생기는 권리입니다.
따라서 법이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질병 치료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한, 미리 퇴직금을 포기하거나 분할해서 받는 약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강행법규 위반: 퇴직금 제도는 근로자의 노후 보장을 위한 것으로, 이를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약정은 무효입니다.
- 지급 시기 위반: 퇴직금은 퇴직 후 14일 이내에 지급되어야 하며, 이를 앞당겨 매달 지급하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납니다.
4. 대한민국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러한 '퇴직금 분할 약정'에 대해 매우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법원은 퇴직금 분할 약정이 실제로는 "퇴직금 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행위"라고 봅니다.
따라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아무리 진심으로 합의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하더라도, 그 약정은 법적 효력이 없는 '무효'가 됩니다. 즉, 사용자가 퇴직금 명목으로 매달 돈을 줬더라도 그것은 법적인 의미의 '퇴직금 지급'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5. 박준호 씨 사례에 대한 대입
박준호 씨의 사례를 법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첫째, 박준호 씨와 최 사장님이 체결한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은 무효입니다. 법적으로 퇴직금은 퇴직할 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최 사장님이 매달 준 20만 원은 법적 퇴직금이 아닙니다. 따라서 박준호 씨는 퇴직하는 시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 '진짜 퇴직금' 전체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셋째,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최 사장님이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720만 원은 '퇴직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이유 없이 준 돈도 아닙니다. 법원은 이를 고용주가 착오로 잘못 지급한 '부당이득'으로 보아, 근로자가 고용주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6. 결론: 박준호 씨의 운명과 실무적 조언
결국 박준호 씨는 법적으로 정해진 퇴직금 전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 사장님으로부터 "이미 준 720만 원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받을 가능성도 큽니다. 실무적으로는 새로 계산된 퇴직금에서 이미 받은 돈을 상계(차감)하고 차액을 받는 방식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독자들을 위한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계약서 작성 시 주의: 월급에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문구가 있다면 일단 경계해야 합니다. 이는 법적으로 무효일 확률이 높습니다.
- 중간정산 요건 확인: 퇴직금을 미리 받아야 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법이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 절차를 정식으로 밟아야 안전합니다.
- 전문가 상담: 이미 분할 약정을 맺고 돈을 받았다면, 나중에 발생할 '부당이득 반환' 문제까지 고려하여 노무사나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정산 금액을 명확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실제 개별 사건의 결과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