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사람의 이야기
김민수는 몇 해 전 지인 이정호에게 5,000만 원을 빌렸다. 약정한 이자는 월 1%였다. 민수는 그동안 3,000만 원을 갚았지만, 남은 2,000만 원은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록 마련하지 못했다. 생활비와 사업 자금이 한꺼번에 막힌 탓이었다.
정호는 더 기다리기 어렵다며 소송을 내겠다고 했다. 그리고 소장이 민수에게 도착한 다음 날부터는 연 20%의 지연손해금까지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수는 망설였다.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은행 연체금리보다도 높다는 이율이 법적으로 정당한지, 과거에 약속한 월 1%와는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었다.
2. 법적 쟁점
이 사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소장 송달 뒤 높은 법정 지연이율을 적용하도록 한 규정은 헌법에 어긋나는가? 그리고 현재 민수가 실제로 부담할 수 있는 지연이율은 얼마인가?
3. 한국 법은 무엇이라고 말하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금전채무를 이행하라는 판결을 할 때, 채무자가 소장을 받은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적용할 지연손해금의 기준을 둔다. 이는 소송이 시작된 뒤에도 채무자가 이행을 미루는 일을 막고, 채권자가 지연으로 입은 손해를 보상받도록 하려는 제도다.
소송촉진법상 지연이율은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 날부터 적용된다. 다만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나 범위를 다툰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법원은 그 상당한 범위에서 이율 적용을 제한할 수 있다.
이 이율은 민법상 일반 법정이율보다 높다. 다만 소송촉진법상 이율이 소송 전부터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소장 송달 전과 후를 나누어 살펴야 한다.
- 소장 송달 전: 당사자 사이에 약정한 지연이율이 있으면 그 약정이 문제 되고, 별도 약정이 없다면 민법 등 관련 법률의 법정이율이 적용될 수 있다. 대여 기간 중의 이자 약정과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 약정은 구별해야 한다.
-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판결로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소송촉진법령이 정한 이율이 적용된다. 대법원 판례는 이 시점부터 약정이율이나 약정 지연이율 대신 법정이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본다.
- 예외: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나 범위를 다투는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법원은 사실심 판결 선고 전까지의 기간 중 정당한 범위에서 소송촉진법상 이율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단순히 돈을 갚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이 예외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의 위헌 여부가 문제 된 과거에는 법률이 이율의 상한이나 산정 기준을 두지 않은 채 대통령령에 맡겼다. 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에 위임할 때 법률이 위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국민의 재산상 부담에 직접 영향을 주는 규정이라면 그 기준은 더 분명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4월 24일, 법률이 이율의 상한이나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맡긴 구 소송촉진법 조항이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2002헌가15).
그 판단 뒤 법은 개정되었다. 현재 법률은 대통령령이 정할 수 있는 이율에 연 40% 이내라는 상한을 두고, 은행의 연체금리 등 경제 여건을 고려하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과거 시행령상 연 20%였던 시기도 있었고, 이후 연 15%로 낮아졌으며, 현재 시행령상 이율은 연 12%다. 따라서 과거의 20%나 15%를 현재 적용되는 이율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4. 한국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나
한국 법원은 지연이율 제도의 목적과 채무자에게 생기는 부담을 함께 본다. 소송이 시작된 뒤에도 채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변제를 미루는 일을 억제할 필요는 있지만, 이율을 지나치게 높게 정하면 채권자가 실제 손해를 넘는 이익을 얻고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문제 삼은 것은 단순히 당시 이율이 높다는 점만이 아니었다. 법률이 이율을 정하는 기준과 한계를 제시하지 않은 채 행정부에 폭넓게 맡겼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이율을 정할 권한을 위임하려면 국민이 법률 자체를 읽고도 대통령령에 담길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개정된 법률은 이율의 상한과 고려 요소를 명시해 이런 문제를 보완했다. 그렇다고 법령상 이율이 모든 사건에서 예외 없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나 액수에 관해 상당한 근거를 갖고 다퉜는지는 구체적인 자료와 사정에 따라 법원이 판단한다.
5. 민수의 경우에 적용하면
첫째, 민수가 갚아야 할 원금은 남은 2,000만 원이다. 다만 먼저 갚은 3,000만 원이 원금과 이자 중 어디에 어떻게 충당되었는지, 변제 내역과 약정 내용을 확인해야 최종 잔액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둘째, 약정한 월 1% 이자는 연 단위로 환산하면 단순 계산상 12%다. 하지만 이 약정이 대여 기간 중 이자만을 정한 것인지,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까지 정한 것인지는 계약서 문구와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달려 있다. 변제기 이후 약정이 불분명하다면 소장 송달 전의 지연손해금은 민법 등 적용 법률에 따라 따로 따져야 한다. 월 1% 약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장 송달 후에도 반드시 그 비율이 계속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셋째, 정호가 말한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연 20%라는 주장은 현재 법령을 기준으로는 맞지 않는다. 소송촉진법상 현행 이율은 연 12%다. 그러므로 민수의 금전채무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실제 변제일까지 연 12%가 기준이 된다. 다만 정호의 청구 내용, 판결 결과, 적용 시점 등 구체적인 사정은 확인해야 한다.
넷째, 민수가 빚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일부 변제액의 충당, 남은 원금, 약정의 해석 등 채무의 범위를 다툴 만한 자료가 있다면 그 자료를 법원에 제시할 수 있다. 법원이 그 다툼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범위와 기간에는 소송촉진법상 이율의 적용을 제한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단지 형편이 어렵거나 시간을 더 벌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이 예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6. 결론: 무슨 일이 있었고, 무엇을 해야 할까
민수는 정호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연 20%를 당연히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이율의 상한과 기준을 두지 않은 위임 조항이 위헌으로 판단되었고, 이후 법률이 개정되었다. 현재 소송촉진법령상 이율은 연 12%이므로,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연 20%를 적용한다는 정호의 말은 현재 기준과 맞지 않는다. 다만 소송 전 이자와 지연손해금, 소장 송달 후 이율은 각각 근거와 기간을 나누어 계산해야 한다.
민수는 정호와의 차용증, 계좌이체 내역, 이미 갚은 돈의 영수증을 확인한 뒤 남은 원금과 이자를 다시 계산하기로 했다. 채무액이나 변제 내역에 다툼이 있다면 이를 소송 초기에 구체적으로 밝히고, 갚을 수 있는 금액과 일정을 제안해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면 다음을 기억하자.
- 차용증과 변제 증거를 모으세요. 약정이자와 변제기 이후 지연손해금 약정이 구분되어 있는지, 이미 갚은 돈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소장 송달일과 청구 내역을 확인하세요. 소송촉진법상 이율은 원칙적으로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문제 되며, 현재 이율과 과거 이율을 혼동하지 않도록 하세요.
- 다툴 사정은 자료와 함께 일찍 제시하세요. 채무액이나 변제 사실에 실질적인 이견이 있다면 그 근거를 법원에 구체적으로 제출하고, 필요하면 변호사나 법률구조기관의 도움을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