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멈춰버린 공장과 김지훈 지부장의 고민
대한공업의 생산 라인이 멈춘 지 벌써 2주째입니다. 임금 협상 결렬로 시작된 이번 파업의 중심에는 노동조합 전임자인 김지훈 지부장이 있었습니다. 그는 5년 전부터 현장을 떠나 오로지 노동조합 업무만을 전담해 왔습니다. 회사는 그에게 매달 일정한 금액을 '전임자 수당' 명목으로 지급해 왔죠.
하지만 파업이 길어지자 사측 대표인 박준호 상무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전임자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다른 조합원들이 파업 중이라 일을 안 하니, 원래부터 일을 안 하던 전임자에게도 이번 달 급여를 줄 수 없습니다."라고 통보한 것입니다.
김지훈 지부장은 당황했습니다. 자신은 원래 단체협약에 따라 근로 의무가 면제된 사람인데, 파업 중이라고 해서 급여를 끊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과연 그는 멈춰버린 공장 안에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2. 법적 쟁점: 전임자의 급여는 '임금'인가?
이 사건의 핵심은 노동조합 전임자의 법적 지위와 그들에게 지급되는 금품의 성격, 그리고 파업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전임자의 급여 수급권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일반 근로자와 달리 '일할 의무'가 면제된 전임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지가 관건입니다.
3. 한국 법이 정의하는 '노동조합 전임자'
한국 법체계에서 노동조합 전임자는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전임자의 지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노동조합 전임자는 사용자와의 기본적 노사관계에 따른 근로자의 신분은 유지하나, 근로제공 의무가 면제되고 사용자의 임금지급 의무도 면제된다는 점에서 휴직 상태의 근로자와 유사하다."
주요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근로계약의 유지: 전임자도 여전히 해당 회사의 근로자입니다.
- 의무의 면제: 출근하여 제품을 생산할 의무는 없지만, 반대로 회사가 법적으로 '임금'을 줄 의무도 원칙적으로는 없습니다.
- 지급액의 성격: 단체협약에 따라 회사가 전임자에게 돈을 주더라도, 이는 실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이라기보다는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편의 제공'의 성격이 강합니다.
4. 한국 법원의 판단 기준
대법원은 파업 기간 중 전임자 급여 지급 여부에 대해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습니다. 대신 실질적인 합의 내용과 관행을 중시합니다.
대법원 판례(2010도10721)에 따르면, 파업 중 전임자 급여 지급 의무 여부는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 당해 사업장의 단체협약 내용
- 별도의 노사 합의 존재 여부
- 해당 사업장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노사 관행
즉, "파업 중에도 전임자 급여는 보전한다"는 명시적 합의나 묵시적 관행이 있다면 지급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회사가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5. 김지훈 지부장의 사례에 적용하기
김지훈 지부장의 경우를 살펴봅시다. 만약 대한공업의 단체협약에 "전임자의 급여는 일반 근로자의 평균 임금에 준하여 지급하며, 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보장된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다면 김지훈 지부장은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전임자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정도의 규정만 있고, 과거 파업 때마다 전임자 급여를 삭감했던 관행이 있었다면 사측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됩니다. 대법원은 전임자가 파업에 참여하여 노조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실제 근로를 제공하는 것은 다르다고 보며, 파업으로 인해 일반 조합원들이 임금을 못 받는 상황에서 전임자만 급여를 받는 것이 형평에 어긋나는지도 면밀히 따집니다.
6. 결론: 지부장의 권리와 독자를 위한 조언
결국 김지훈 지부장은 회사의 단체협약을 꼼꼼히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협약에 파업 시 급여 보전 조항이 없다면, 사측의 지급 거부는 정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법원은 전임자 급여를 '근로의 대가'로 보지 않기에, 파업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노사 간의 구체적 약속이 무엇보다 우선시됩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근로자나 노조 관계자라면 다음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합니다.
- 단체협약의 명확화: 전임자 급여에 관한 조항을 만들 때, 파업이나 휴업 등 특수한 상황에서의 지급 여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분쟁을 예방하십시오.
- 관행의 기록: 과거 파업 당시 전임자 급여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증빙 자료(급여 명세서, 합의서 등)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십시오. 이는 향후 법적 다툼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이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실제 분쟁 발생 시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