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준호 씨의 '불운한' 벤치프레스
자동차 부품 조립 라인에서 10년 넘게 근무해 온 박준호 씨는 최근 들어 부쩍 목과 어깨의 뻐근함을 느꼈습니다. 종일 같은 자세로 무거운 부품을 조립하는 업무 특성상 근육이 뭉치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이러한 생산직 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공장 내에 '사내 체력단련실'을 설치하고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권장해 왔습니다.
사건은 야간 근무 중 찾아온 짧은 야식 시간에 발생했습니다. 준호 씨는 뭉친 근육을 풀기 위해 체력단련실을 찾아 벤치프레스를 시작했습니다. 평소처럼 바벨을 들어 올리던 그 순간, 갑자기 목 주변에서 '둑' 하는 느낌과 함께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급히 병원을 찾은 준호 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제6-7번 경추 간판 탈출증(목 디스크)'. 결국 수술대에 올라야 했던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운동 중에 발생한 사고이므로 업무와는 무관합니다." 준호 씨는 억울했습니다.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 아픈 몸을 추스르려 회사 시설을 이용한 것인데 이것이 정말 산재가 될 수 없는 걸까요?
2. 핵심적인 법적 쟁점
이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근무 시간 외(휴게 시간)에, 회사가 제공한 시설에서, 자발적으로 한 운동 중 입은 부상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가?"입니다. 즉, 이 운동 행위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가 쟁점입니다.
3. 한국 법령과 산업재해의 기준
대한민국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고가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해야 합니다. 특히 시설물 이용 중 사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 소홀로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사고로 본다. 단, 사업주의 구체적인 지시를 위반하거나 사적 행위로 인한 경우는 제외한다.
하지만 단순히 시설 결함이 없더라도, 다음과 같은 경우 산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 시설물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경우
- 해당 행위가 업무의 준비 행위이거나 사회통념상 수반되는 행위인 경우
- 운동의 목적이 업무 수행에 필요한 체력 유지나 질병 예방에 있는 경우
4. 우리 법원의 판단: '운동도 업무의 일부인가?'
한국 법원은 사내 체력단련실에서의 사고에 대해 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사한 하급심 판례에 따르면, 법원은 체력단련실이 '생산직 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설치되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법원은 근로자가 육체적으로 고된 업무를 수행할 경우, 그에 대비하여 체력을 단련하거나 근육을 푸는 행위를 단순히 개인적인 취미 활동이 아닌 '업무 수행을 위한 합리적·필요적 행위'로 해석합니다. 또한, 사고 당시 이미 퇴행성 병변(기왕증)이 있었더라도, 운동 중 발생한 충격으로 인해 증상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다면 산재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5. 박준호 씨의 사례에 대입해 보면
준호 씨의 상황을 법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첫째, 사고가 발생한 체력단련실은 회사가 설치하고 관리하는 지배·관리 영역 내의 시설입니다. 둘째, 준호 씨는 자동차 조립이라는 육체 노동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평소 겪던 업무상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운동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사회통념상 업무의 준비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셋째, 비록 준호 씨의 목에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있었을지라도, 벤치프레스라는 구체적인 계기로 인해 디스크가 탈출했다면 이는 '업무와 관련된 시설 이용 중 발생한 사고'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구성하기에 충분합니다.
6. 결론: 준호 씨의 권리 찾기와 독자를 위한 조언
결국 준호 씨는 법적 대응을 통해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법원은 그가 수행하던 조립 업무와 체력 단련 사이의 긴밀한 연관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도 사내 시설 이용 중 부상을 당했다면 다음의 두 가지를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 첫째, 해당 시설의 설치 목적을 확인하십시오. 회사가 직원들의 건강 증진이나 직업병 예방을 위해 설치한 곳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자료(사내 공지, 규정 등)는 산재 인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 둘째, 자신의 업무와 운동의 연관성을 정리하십시오. 단순히 재미로 한 운동이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이거나 업무로 인한 신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산재는 단순히 '일하다 다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일을 하기 위해 몸을 가꾸는 시간까지도 법은 보호의 울타리 안에 두고 있습니다.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실제 사건의 결과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