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낮의 공원에서 시작된 일
김서윤은 무더운 여름날, 집 앞 공원에서 잠시 햇볕을 쬐기로 했습니다. 주변에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서윤은 그저 더위를 식히려는 생각으로 상의를 벗었습니다. 얼마 뒤 경찰로부터 범칙금을 내라는 통고를 받았습니다. 이유는 공공장소에서 과다노출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윤은 당황했습니다. 성적인 행동을 하거나 누군가를 향해 신체를 드러낸 것이 아니라, 일광욕을 하려 했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고서에는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행위’라는 취지의 규정이 적혀 있었습니다. 서윤의 질문은 간단했습니다. ‘지나치게’라는 말만으로 범칙금을 부과해도 되는 걸까?
2. 이 사건이 던지는 법적 질문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벗고 일광욕을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노출했다’거나 ‘가려야 할 곳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요? 핵심은 노출 행위가 누군가에게 불쾌했는지만이 아닙니다. 무엇이 처벌 대상인지 법률이 미리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하게 정했는지가 쟁점입니다.
3. 한국 법은 무엇이라고 말하나
과다노출 행위를 처벌하던 규정은 공공연한 신체 노출로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경우를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문제는 그 규정이 처벌 기준을 어떻게 표현했느냐였습니다.
문제 된 규정은 여러 사람의 눈에 띄는 곳에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11월 24일 선고한 2016헌가3 결정에서 이 규정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형벌을 정하는 법률이라면 시민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처벌받는지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단속기관이 자의적으로 처벌 대상을 넓히지 못하도록 기준도 분명해야 합니다.
형벌 법규의 의미가 불명확해 시민이 처벌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고,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막기 어렵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본 불명확성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았습니다.
- ‘지나치게 내놓는다’는 표현만으로는 어느 정도의 노출부터 처벌되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 ‘가려야 할 곳’이 신체의 어느 부위를 가리키는지도 규정만으로 특정하기 어려웠습니다.
-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어, 앞의 두 표현을 구체화하는 기준이 되기 어려웠습니다.
- 규정이 보호하려는 ‘선량한 성도덕과 성풍속’ 역시 그 내용이 분명하지 않아, 이를 통해 처벌 범위를 확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입법자가 금지되는 신체 부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일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어려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컨대 특정한 신체 부위의 노출을 규제하려는 목적이라면, 법률에 그 부위를 명시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모호한 표현을 그대로 둔 채 시민에게 처벌 위험을 지울 이유가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었습니다.
4. 한국 법원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보나
한국의 헌법과 형사법 원칙은 국가가 사람을 처벌하려면 먼저 무엇이 금지되는지 법률로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일반 시민이 통상적인 주의를 기울였을 때 자신의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처벌 규정은 시민이 행동의 허용 범위와 처벌 위험을 미리 가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 범위를 단속기관이나 재판기관의 주관적 평가에 맡겨서는 안 됩니다.
법원이 어떤 행위가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법률의 빈틈을 메울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신체 노출이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인 경우 문제 된 조항에 해당한다고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그 해석으로도 ‘가려야 할 곳’과 ‘지나치게’의 구체적인 의미가 정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공공장소에서의 모든 신체 노출이 무조건 허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불쾌감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불명확한 처벌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행위가 별도의 범죄에 해당하는지는 그 범죄의 구성요건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5. 서윤의 상황에 법을 적용하면
첫째, 서윤의 행위는 아파트 앞 공원에서 상의를 벗고 일광욕을 한 것이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신체를 노출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 된 과다노출 조항의 적용 여부가 곧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조항이 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먼저 명확해야 합니다.
둘째, 서윤은 자신이 ‘지나치게’ 노출했는지, 또는 상의 아래의 어떤 부위가 법률상 ‘가려야 할 곳’인지 미리 알기 어려웠습니다. 사람마다 불쾌하게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도 객관적인 처벌 기준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이 사건에서 누군가가 불편함을 느꼈다는 사정만으로 그 기준의 모호함이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셋째, 서윤의 행위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그 필요를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법률로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노출이 금지되는 신체 부위를 특정하거나 행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법이 가능했는데도, 문제 된 조항은 모호한 표현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서윤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는 근거로 그 과다노출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양립하기 어렵습니다. 이 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으로 결정됐고, 그 조항만으로 서윤의 처벌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 이미 통고처분에 응했는지, 별도의 재판이나 결정이 있었는지에 따라 뒤따르는 절차와 구제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6. 결론: 서윤은 어떻게 됐고, 무엇을 해야 할까
서윤의 일광욕 사건에 적용된 과다노출 처벌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2016헌가3 결정으로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됐습니다. 그러므로 해당 조항만을 근거로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처벌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서윤이 겪은 일은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인지와 법률로 처벌할 수 있는 행동인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결정이 공공장소에서 어떤 형태의 노출이든 허용한다는 포괄적인 허가증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행위가 다른 법률의 분명한 요건에 해당한다면 별도의 법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범칙금 통고를 받았다면 다음을 기억하세요.
- 통고서와 관련 서류를 보관하고, 적용된 법 조항과 처분 날짜를 확인하세요.
- 통고처분에 응했는지, 납부했는지, 재판 절차가 진행됐는지에 따라 가능한 대응이 다를 수 있으므로 기한을 놓치기 전에 법률 전문가나 관련 기관에 절차를 문의하세요.
- 처벌 근거가 된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됐더라도 환급이나 취소가 자동으로 이뤄진다고 단정하지 말고, 자신의 사건 기록을 토대로 구체적인 구제 절차를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