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사람의 이야기 — 주차장 안의 6미터
김도윤은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술을 마신 상태였지만, 주차 공간이 좁아 다른 차가 나갈 수 있도록 자신의 차량을 조금 옮기기로 했습니다.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인 거리는 약 6미터. 도로에는 나가지 않았고, 사람이나 다른 차량과 부딪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도윤은 음주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그는 당황했습니다. “도로에서 운전한 것도 아닌데, 주차장에서 차를 조금 움직인 것까지 처벌하는 게 맞나요?” 도윤이 다투고 싶었던 것은 단지 자신의 억울함이 아니었습니다. 도로 밖에서의 운전까지 금지하는 법 자체가 헌법에 어긋나는지, 그 경계가 어디인지가 문제였습니다.
2. 법적 쟁점 — 도로 밖 운전도 음주운전인가
핵심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도로가 아닌 주차장에서도 음주운전 금지 규정이 적용되는가, 그리고 그처럼 넓은 장소를 규제하는 법이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과도해 헌법에 위배되는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2월 25일 선고한 결정(2015헌가11)에서 도로 밖에서의 음주운전을 규제하는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결론은 주차장에서 차를 움직인 사람이라면 언제나 유죄라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법이 정한 장소에서 차량을 운전했는지, 음주 상태였는지 등 범죄의 요건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3. 한국 법은 어떻게 정하고 있나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을 금지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운전’이 도로에서의 주행에만 한정되는지입니다. 법은 음주운전 금지와 관련해 도로 외의 곳에서 자동차 등을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행위도 운전에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도로 외의 곳’은 도로가 아닌 모든 장소를 무조건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자동차 등을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차장처럼 차량이 실제로 이동하고 주차하는 공간은 도로가 아니더라도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장소든 이름만 ‘도로 밖’이라는 이유로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그곳이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공간인지가 중요합니다.
이 규정의 적용을 살필 때는 다음 사항을 구분해야 합니다.
- 장소: 도로가 아니더라도 차량을 본래 용도대로 운행할 수 있는 공간인지 살펴봅니다.
- 운전 행위: 차량을 실제로 움직였는지, 또는 법적으로 운전으로 평가할 수 있는 조작이 있었는지를 따집니다.
- 음주 상태: 운전 당시 법에서 정한 음주운전 요건에 해당했는지 증거로 확인해야 합니다.
- 책임의 증명: 수사기관과 법원은 각 요건이 충족됐는지를 따로 판단합니다. 헌법상 규정이 유효하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사건의 유죄가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도로 밖에서 운전했으니 처벌할 수 없다”는 항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운전 여부나 음주 상태 등 범죄 성립 요건에 관한 다툼은 별도로 남습니다.
4. 한국 법원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보나
헌법재판소는 먼저 ‘도로 외의 곳’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불명확한지를 살폈습니다. 장소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았더라도, 자동차를 본래 용도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기준으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처벌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형벌 법규는 분명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다음으로 법원이 본 것은 규제의 목적과 범위입니다. 음주 상태에서는 차량 조작 능력과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도로 밖이라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차장에서도 보행자와 차량이 오가고, 차량이 다른 공간으로 진입하거나 충돌할 수 있습니다. 장소를 좁게 한정하면 음주운전 사고를 막으려는 목적을 충분히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설명입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과 피해를 줄이려는 공익은 크고, 도로 밖에서 술을 마신 채 차량을 운전할 자유는 그에 비해 보호의 필요성이 낮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규제가 지나치게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자동차의 운전은 사람이나 물건을 이동시키는 행위여서, 다른 기계·기구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조작하는 경우와 위험의 크기나 공권력 개입의 필요성이 같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자동차 운전자와 다른 기계 조작자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평등원칙 위반은 아니라는 결론도 내렸습니다.
5. 도윤의 사건에 법을 적용하면
첫째, 장소가 규정의 적용 대상인지 살펴야 합니다. 도윤이 차를 옮긴 곳은 아파트 주차장입니다. 주차장은 통상 자동차를 운행하고 주차하는 용도로 마련된 공간이므로, 도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음주운전 규정에서 제외되지는 않습니다.
둘째, 6미터라는 짧은 거리의 의미를 따져야 합니다. 음주운전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일정 거리 이상 주행했는지가 아닙니다. 자동차를 본래의 용도대로 움직였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를 6미터만 옮겼다는 사정은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로 고려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처벌을 피하게 해 주는 예외는 아닙니다.
셋째, 헌법을 이유로 규정 자체의 효력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도로 밖 운전까지 포함하는 규정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국민의 생명·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규제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도윤은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므로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장소의 범위가 불명확해 위헌이다”라는 주장만으로 혐의를 벗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규정이 합헌이라는 판단과 도윤 개인의 유죄 여부는 구별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은 운전 당시 도윤이 법에서 정한 음주 상태였는지, 실제로 차량을 운전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당시 음주 측정 결과와 측정 시각, 차량이 움직인 경위, 목격자 진술과 영상 자료 등은 개별 사건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습니다.
6. 결론 — 도윤의 항변은 어디까지 통할까
도윤의 헌법 위반 주장만으로는 사건을 끝내기 어렵습니다. 도로가 아닌 주차장도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음주운전 규정이 적용될 수 있고, 이동 거리가 6미터에 불과하다는 이유만으로 면책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실제 유죄 여부는 음주 상태와 운전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도윤에게 남은 쟁점은 법 자체를 무효라고 주장하는 데 있기보다, 당시 사실과 증거를 정확히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피하려면 다음을 기억하세요.
- 술을 마셨다면 사유지나 주차장에서도 차를 직접 움직이지 마세요. 대리운전 기사나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에게 맡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 이미 조사를 받게 됐다면 측정 시각과 절차, 차량이 움직인 경위, 현장 영상 등 관련 자료를 보존하고 사건의 구체적 사실을 변호사와 검토하세요.
- “도로가 아니었다”거나 “잠깐 움직였을 뿐”이라는 설명만으로 해결될 것이라 단정하지 말고, 음주 상태와 운전 행위에 관한 증거를 차분히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