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사람의 이야기 — 후보자만 쓸 수 있는 인터넷

지방선거를 앞둔 어느 봄, 회사원 김민서는 오랜 친구의 출마를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후보자의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자신의 블로그에 후보자를 지지하는 글과 사진을 올렸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은 알았지만, 온라인에서 의견을 나누는 일까지 처벌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선거가 끝난 뒤 민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검찰은 그의 인터넷 게시물이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의 금지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민서는 다른 조항인 제59조 제3호가 후보자와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에게만 홈페이지를 통한 선거운동을 허용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 제한이 위헌이라면 자신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2. 법적 쟁점 — 직접 적용되지 않은 조항도 다툴 수 있을까?

민서의 사건에서 직접 적용되는 혐의 조항은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입니다. 반면 그가 위헌성을 다투려는 제59조 제3호는 후보자 등의 홈페이지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조항으로, 얼핏 보면 민서에게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쟁점은 이렇습니다. 위헌심판의 대상이 된 법률 조항이 형사재판에 직접 적용되지 않더라도, 그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두 조항 사이에 재판 결과나 적용 법률의 의미에 영향을 미치는 내적 관련성이 있다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3. 한국 법은 무엇을 말하는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은 누구나 법률의 위헌 여부를 추상적으로 묻는 절차가 아닙니다. 법원에서 진행 중인 구체적인 재판이 있어야 하고, 문제 삼는 법률의 위헌 여부가 그 재판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를 재판의 전제성이라고 합니다.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려면, 그 법률이 재판에 적용되어야 하고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나 재판의 내용·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져야 합니다.

여기서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은 판결문에 직접 인용되는 조항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직접 적용 조항과 다른 규정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한 조항의 위헌 여부가 다른 조항의 적용이나 의미를 바꾸는 경우에도 전제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심판 대상 법률이 당해 재판에 직접 적용되지 않더라도, 두 규범 사이에 내적 관련성이 있고 그 위헌 여부가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면 간접 적용되는 규정에도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판단할 때에는 주로 다음을 살핍니다.

  • 해당 법률이 현재 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과 실제로 관련되는가?
  • 그 법률이 위헌인지 여부에 따라 판결의 주문이 달라질 수 있는가?
  • 주문이 같더라도 적용 조항의 해석이나 재판의 법률적 의미·효력이 달라지는가?
  • 문제 삼은 조항과 직접 적용 조항 사이에 구체적인 법적 연결고리가 있는가?

그러므로 단지 법률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주장에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위헌 판단이 진행 중인 재판에 어떤 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4. 한국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헌법재판소는 재판의 전제성을 형식적으로만 판단하지 않습니다. 문제 된 조항이 공소장에 적혀 있는지 여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조항의 위헌 여부가 법원이 실제로 판단해야 할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핍니다. 직접 적용되는 조항과 간접적으로 관련된 조항 사이에 실질적인 연결이 있다면, 후자에 대해서도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다만 이는 위헌 여부를 심사받을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뜻이지, 위헌 주장이 받아들여진다거나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제성은 헌법재판 절차에 들어가기 위한 문턱이고, 조항이 실제로 위헌인지와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지는 별도로 판단됩니다.

헌법소원은 구체적인 재판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하는 절차입니다. 재판과 무관한 추상적 문제 제기만으로는 전제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5. 민서의 사건에 법을 적용하면

첫째, 민서의 형사재판에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이 직접 적용됩니다. 게시물이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해당 조항의 금지 범위에 들어가는지가 재판의 핵심입니다.

둘째, 민서가 문제 삼은 제59조 제3호는 후보자와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홈페이지를 통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규정입니다. 민서가 그 자격을 갖추지 않았다면 이 조항의 혜택을 직접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이 조항이 선거운동 금지 규정의 적용 범위나 예외의 의미를 정하는 데 관계된다면, 재판과 무관한 규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셋째, 민서는 두 조항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예컨대 후보자에게만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한 조항이 위헌이라면, 제93조 제1항의 금지 범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 해석 변화가 자신의 게시물에 대한 유죄 판단이나 판결의 법률적 의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장하고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단순히 “후보자만 허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에 그치면 재판과의 연결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넷째, 민서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위헌 여부에 따라 직접 적용 조항의 의미나 사건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인정된다면, 제59조 제3호가 형사재판에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전제성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두 규범 사이의 내적 관련성을 근거로 간접 적용되는 법률 조항에도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섯째, 그 판단은 무죄를 미리 결정하지 않습니다. 제59조 제3호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 가능해지더라도, 민서의 게시물이 제93조 제1항에 해당하는지와 고의 등 형사책임 요건이 충족되는지는 형사법원이 따로 살펴야 합니다. 또한 한 조항이 위헌으로 판단될 때 법적 효과가 무엇인지는 해당 조항의 문언과 다른 관련 규정에 따라 따져야 하며, 곧바로 모든 사람의 인터넷 선거운동이 허용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6. 결론 — 문턱을 넘을 수는 있지만, 자동으로 무죄가 되지는 않는다

민서가 다투는 조항은 그의 혐의에 직접 적용되는 규정은 아닙니다. 그러나 후보자에게만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한 조항과 일반적인 선거운동 금지 조항 사이에 내적 관련성이 있고, 그 위헌 여부가 민서의 재판에서 적용 법률의 의미나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재판의 전제성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민서의 주장은 애초에 간접 적용 조항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실제 인정 여부는 두 조항의 관계와 재판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에 대한 주장에 달려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면 다음을 기억하세요.

  • 재판과의 연결을 설명하세요. 위헌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판결의 주문이나 법률적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 절차와 기한을 확인하세요. 먼저 담당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수 있고, 신청이 기각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 가능성과 법정 기한을 신속히 검토해야 합니다.
  • 위헌 주장과 형사 방어를 함께 준비하세요. 게시물의 내용·작성 시점·공개 범위 등 사실관계와 범죄 성립 여부는 별도의 쟁점이므로, 헌법적 주장만으로 재판 대응을 대신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