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사람의 마음이 바뀌었다

2014년 가을, 유명 배우 강도윤은 간통죄로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는 재판 도중 형법상 간통죄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은 그 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결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요청했다.

그러자 여론이 거세게 들끓었다. 강도윤은 자신이 위헌심판을 신청한 일이 알려진 뒤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자,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제청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처음에는 헌법적 판단을 원했지만, 그 선택이 대중에게 어떻게 비칠지 알게 된 뒤 입장을 바꾼 것이다.

2. 법적 쟁점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뒤, 당사자가 신청을 취소하거나 철회를 요구하면 법원은 그 제청을 거둬들일 수 있을까? 특히 여론의 비난이나 당사자의 후회만으로 제청을 철회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3. 한국 법은 무엇을 말하나

위헌법률심판은 재판에 적용될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는 절차다. 법원은 사건을 심리하다가 적용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판단하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청할 수 있다.

법원이 제청을 결정한 뒤에는 그 결정에 자기구속력이 생깁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 취소만을 이유로 이미 한 제청을 철회할 수 없습니다.

이 원칙은 제청이 당사자만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재판에 적용될 법률의 헌법적 타당성을 가리는 사법 절차이기 때문이다. 제청 여부는 법원이 독립적으로 판단하며, 일단 제청이 이뤄지면 그 판단의 효력을 당사자의 변심에만 맡길 수 없다.

다만 제청의 기초가 사라져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철회가 가능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다.

  • 해당 법률이 개정되거나 폐지돼 더 이상 본안 사건의 판단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
  •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취소돼 본안 사건이 종료된 경우
  • 민사·형사재판에서 소가 취하돼 제청한 법원에 계속 중인 본안 사건이 끝난 경우
당사자의 후회나 여론의 압박은 그 자체로 제청을 철회할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예외가 인정되려면 제청의 전제가 된 본안 사건이나 법률 적용의 토대가 실제로 사라져야 합니다.

4. 한국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나

한국 법원은 제청 이후에도 본안 사건과 헌법심판의 관계가 유지되는지를 살핀다. 제청 당시에는 해당 법률이 재판의 결론에 필요했더라도, 법률이 바뀌거나 사건 자체가 끝나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더 이상 본안 해결에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제청의 전제가 사라진 경우가 예외의 근거다.

반대로 당사자가 신청을 취소하거나, 제청으로 인한 비난을 부담스러워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원은 여론에 따라 제청을 유지하거나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법률이 여전히 본안 사건의 판단에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제청은 한쪽 당사자가 언제든 거둬들일 수 있는 사적 신청과 다르다.

5. 강도윤의 사건에 적용하면

첫째, 법원은 간통죄 조항이 강도윤의 형사재판에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 제청했다. 제청 당시에는 그 법률의 위헌 여부가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므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할 절차적 이유가 있었다.

둘째, 강도윤은 제청을 원했지만 사회적 비난이 커지자 마음을 바꿨다. 그러나 그의 신청 취소는 법률이 바뀌거나 형사사건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다. 제청의 토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만 입장을 바꾼 것이므로, 법원은 그 사정만으로 제청을 철회할 수 없다.

셋째, 여론의 비난 역시 철회 사유가 될 수 없다. 법원이 이를 이유로 절차를 되돌린다면, 헌법심판의 진행 여부가 당사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대중의 반응에 좌우될 수 있다. 제청 뒤에는 법원이 본안과 헌법심판의 관계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당시 강도윤의 사건에서 공소가 취소되거나 본안 사건이 다른 이유로 종료되지 않았다면, 법원은 그의 요구만으로 제청을 거둬들일 수 없었다. 법원이 할 일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6. 결론: 사건은 어떻게 됐고,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강도윤은 사회적 비난을 이유로 제청을 되돌릴 수 없었다. 다만 이 이야기가 다루는 간통죄 조항은 실제로 201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잃었다. 간통죄는 현재 범죄가 아니므로, 오늘날에는 그 조항을 전제로 한 같은 형사사건이 새로 생길 수 없다. 이는 제청 철회 원칙이 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당시 사건의 법적 전제가 사라졌다는 역사적 맥락이다.

비슷한 헌법심판 절차를 마주한 독자라면 다음을 기억하자.

  1. 신청을 취소하면 제청도 자동으로 취소된다고 생각하지 말자. 법원이 이미 제청했다면 절차는 당사자의 의사만으로 되돌릴 수 없다.
  2. 법률 개정·폐지나 본안 사건의 종료 여부를 확인하자. 제청 철회의 예외가 되는지 여부는 실제로 제청의 전제가 사라졌는지를 중심으로 살펴야 한다.
  3. 공개 발언이나 여론 대응보다 절차상 선택을 변호인과 먼저 검토하자. 한 번 내려진 법원의 제청 결정은 당사자의 후회와 별개로 효력을 가질 수 있다.